
본 글은 공개된 보도·자료만을 바탕으로 한 일반 독자용 분석이며, 어떤 기관의 내부 정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본 글은 「토큰북: 금융IT 20년차의 디지털 원화 관찰일지」 24일 연재 20회차입니다.
어제는 싱가포르 Project Guardian, 홍콩 Project Ensemble, 일본의 파일럿까지 — 아시아 토큰화 허브 3강이 깔아놓은 인프라를 살펴봤다. 오늘부터는 그 인프라 위에서 실제로 돈을 쓰는 주체가 바뀌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다.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들께 — 핵심 먼저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혹은 사전 설정)에 따라 상품 검색 → 비교 → 의사결정 → 결제 → 사후관리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2025년 ChatGPT 쇼핑 기능이 출시된 이래, 2026년 현재 글로벌 빅테크와 결제 네트워크가 일제히 이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정의, 작동 원리, 글로벌 현황,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 왜 필연적으로 결합하는지를 정리한다.
관련 배경이 필요하면 3화(스테이블코인·CBDC·예금토큰 차이), 8화(원화 스테이블코인 지연 쟁점), 18화(GENIUS Act 글로벌 규제 비교)를 함께 참고하면 좋다.
“에이전틱”이란 무엇인가 — 추천과 실행의 경계
먼저 용어를 분해하자. 에이전트(Agent)는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AI 맥락에서는 사람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해 실행까지 완결하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기존의 챗봇이나 추천 알고리즘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 기존 AI 비서: “이 상품 어때?” → 정보를 보여주고 끝. 결정과 실행은 사람의 몫.
- AI 에이전트: “출장용 호텔 잡아줘. 예산 15만 원, 역세권” →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하고, 결제까지 마친 뒤 확인 알림을 보낸다.
Gartner는 2024년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일상 업무 의사결정의 15%가 에이전틱 AI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Gartner, 2024.10). 에이전틱 커머스는 이 자율성이 상거래(Commerce) 영역에 적용된 것이다.
왜 2026년인가 —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렸다
에이전틱 커머스라는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다. 자동 주문 봇이나 가격 비교 크롤러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상업적 전환점”이라 불리는 이유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성숙했기 때문이다.
조건 1. AI의 추론·도구 사용 능력
2024~2025년 사이 대형 언어모델(LLM)이 함수 호출(Function Calling)과 다단계 추론(Chain-of-Thought) 능력을 획득하면서, “검색 API를 호출해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 API를 호출해 구매를 확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대화 흐름 안에서 자동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전의 룰 기반 봇과는 유연성 차원이 다르다.
조건 2. 프로그래머블 결제 인프라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예금이 만들어낸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가 에이전트의 “손”이 됐다. 3화에서 다룬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계약(자동 실행 조건)을 품을 수 있는 화폐다. AI 에이전트가 “조건 A가 충족되면 금액 B를 지불하라”는 코드를 실행하는 데 최적화된 매체인 셈이다.
조건 3. 규제 프레임워크의 등장
18화에서 다룬 미국 GENIUS Act, 10화의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EU의 MiCA —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합법적으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 존재해야 에이전트도 합법적으로 결제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 결제, 어떻게 작동하나
에이전틱 커머스의 전형적인 흐름을 단계별로 풀어보자.
- 사용자 지시(Intent): “다음 주 부산 출장, 2박, 예산 30만 원 이내, 해운대 근처 호텔 잡아줘.”
- 에이전트 탐색(Search & Compare): AI 에이전트가 복수의 예약 플랫폼 API를 호출해 조건에 맞는 후보를 수집하고, 가격·위치·평점을 종합 평가한다.
- 의사결정(Decision): 사용자가 설정한 우선순위(가격 vs. 위치 vs. 평점)에 따라 최적 옵션을 선택한다. 사전 설정에 따라 자동 확정하거나, 사용자에게 최종 승인을 요청한다.
- 결제(Payment): 사전 연결된 결제 수단(카드, 스테이블코인 지갑 등)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 사후관리(Post-purchase): 예약 확인서를 캘린더에 등록하고, 체크인 24시간 전 리마인더를 보내고, 취소 정책 변경 시 알림을 준다.
핵심은 2~5단계가 모두 에이전트 내부에서 완결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1단계에서 의도를 말하고, 필요에 따라 3단계에서 승인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끝이다.
전통 이커머스 vs 에이전틱 커머스 —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전통 이커머스 | 에이전틱 커머스 |
|---|---|---|
| 검색 주체 | 사람이 키워드를 입력하고 결과를 스크롤 | AI가 의도를 파악해 복수 플랫폼을 동시 탐색 |
| 비교 방식 | 탭 여러 개, 스프레드시트 수작업 | AI가 조건별 가중치로 자동 최적화 |
| 의사결정 | 사람이 매번 판단 | 사전 규칙 기반 자동 결정 또는 1회 승인 |
| 결제 | 사람이 카드 정보 입력, 본인 인증 | 에이전트가 사전 승인 범위 내에서 자동 집행 |
| 소요 시간 | 수십 분 ~ 수 시간 | 수 초 ~ 수 분 |
| 결제 수단 적합성 | 카드·계좌이체 (사람의 인증 필수) | 스테이블코인·프로그래머블 머니 (조건부 자동 실행) |
| 사후관리 | 사람이 이메일 확인, 수동 일정 등록 | 에이전트가 캘린더·리마인더·환불 모니터링까지 자동화 |
이 표에서 가장 주목할 열은 “결제 수단 적합성”이다. 전통 카드 결제는 사람의 실시간 인증(공인인증서, 생체 인식, OTP 등)을 전제로 설계됐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아니므로, 현행 카드 인증 체계에서는 결제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한다. 이 병목을 해소하는 열쇠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 뒤에서 자세히 다룬다.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구상 단계를 넘어 제품 수준의 경쟁으로 진입했다. 주요 움직임을 정리한다.
OpenAI — ChatGPT 쇼핑에서 Operator까지
OpenAI는 2025년 4월 ChatGPT에 쇼핑 기능을 통합했다(OpenAI 공식 블로그, 2025.4). 사용자가 “러닝화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ChatGPT가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표를 제시한다. 이 단계에서는 결제까지 자동화되지 않았지만, 같은 해 공개된 Operator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Operator는 웹 브라우저를 자율적으로 조작해 예약·주문·양식 작성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검색에서 실행까지”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로 평가된다(Coindesk, 2025.5).
Stripe — Agent Toolkit
결제 인프라 기업 Stripe는 2025년 Agent Toolkit을 공개했다(Stripe 공식 문서, 2025). 이는 AI 에이전트가 Stripe의 결제 API를 직접 호출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모음이다. 개발자가 자신의 AI 에이전트에 “결제 능력”을 부여하는 표준 방식을 제공한 셈으로, 에이전트 결제 생태계의 배관(plumbing) 역할을 한다.
Visa — Intelligent Commerce
Visa는 2025년부터 “Intelligent Commerce”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Visa 네트워크 위에서 결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다(Visa 보도자료, 2025). 기존 카드 인프라를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사람이 사라지더라도 Visa 네트워크는 유지된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PayPal · Mastercard · 그 외
PayPal은 AI 에이전트용 결제 인터페이스를 실험 중이며, Mastercard는 자체 에이전트 결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은 Alexa를 에이전틱 커머스 방향으로 재포지셔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FinTech News, 2025.8). 공통점은 하나다: “사람이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는 미래”에 어떻게 자기 자리를 지킬 것인가.
AI 에이전트에게 “지갑”이 필요한 이유 — 스테이블코인의 새로운 역할
여기서 토큰북의 주제인 디지털 화폐와 에이전틱 커머스가 교차한다.
기존 카드 결제의 구조적 한계
현행 카드 결제 시스템은 “이 거래를 승인하는 주체가 사람임을 확인”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본인 인증, 3D Secure, 생체 인식 — 모두 “사람이 맞느냐”를 묻는 절차다. AI 에이전트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대리 결제(delegated payment)를 허용하더라도, 현행 프레임에서는 건별 한도, 가맹점 제한, 인증 주기 등이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심하게 제약한다.
스테이블코인 + 스마트계약 = 에이전트 전용 지갑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계약(코드로 작성된 자동 실행 조건)과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이 지갑에서 1회 최대 5만 원까지, 하루 총 20만 원 한도로, 특정 카테고리(숙박·교통) 결제만 허용”
- “3일 내 취소 시 자동 환불, 아니면 판매자에게 최종 이전”
이런 조건을 코드로 지갑에 내장할 수 있다. 사람의 실시간 개입 없이도, 사전에 정해진 규칙 안에서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결제를 집행한다. 이것이 3화에서 다룬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가장 직관적인 사용 사례가 되는 셈이다.
왜 CBDC나 예금토큰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인가
3화에서 스테이블코인·CBDC·예금토큰을 비교했다. 에이전틱 커머스 맥락에서 보면:
- CBDC: 중앙은행이 설계한 인프라 위에서만 작동하므로, 글로벌 에이전트 결제에는 각국 CBDC 간 연동이 전제돼야 한다. 아직 초기 실험 단계(6화 한강 플랫폼 참고).
- 예금토큰: 발행 은행의 시스템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어, 범용 에이전트가 다양한 은행 토큰을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7화 참고).
- 스테이블코인: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므로, 에이전트가 어떤 플랫폼·국가에서든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에이전틱 커머스의 1차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이는 현 시점의 기술적 적합성 평가이지, 장기적으로 CBDC나 예금토큰이 배제된다는 뜻은 아니다. 19화에서 본 싱가포르·홍콩·일본의 실험은 CBDC 기반 프로그래머블 결제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 규모 — “에이전트 경제”는 얼마나 클까
에이전틱 커머스는 아직 태동기여서, 시장 규모 추정치에 편차가 크다. 참고할 만한 수치들을 모아본다.
- Gartner(2024.10): “2028년까지 B2B 판매 거래의 60%에 에이전틱 AI가 관여할 것.” 관여(involvement)는 완전 자동 결제뿐 아니라 견적·협상 보조까지 포함한 넓은 정의다.
- a16z(2025): 에이전틱 커머스를 “인터넷 다음의 상거래 플랫폼 전환”으로 규정하며, 연간 수조 달러 규모의 거래가 에이전트를 경유할 가능성을 제시(a16z 블로그, 2025.3).
- McKinsey(2025): AI 에이전트가 소비자 구매 여정(검색→결제)의 평균 처리 시간을 70%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분석. 시간 단축은 곧 거래량 증가로 이어진다.
아직 “몇 조 원 시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상거래의 인터페이스 자체가 바뀌는 전환인 만큼, 이커머스·핀테크·결제 산업 전체에 걸친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 세 가지
에이전틱 커머스 흐름에서 한국의 위치를 점검해보자.
질문 1. 원화 스테이블코인 없이 에이전틱 커머스가 가능한가?
8화에서 다뤘듯,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준비금·규제 등 핵심 쟁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원화로 국내 결제를 하려면, 원화 기반의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한국의 에이전틱 커머스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등)에 의존하거나, 기존 카드 시스템의 제약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질문 2. 한강 플랫폼이 에이전트 결제를 수용할 수 있는가?
6화에서 살펴본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은 CBDC 기반 결제 인프라를 실험 중이다. 만약 한강 플랫폼이 AI 에이전트의 API 접근과 조건부 자동 결제를 허용하는 구조로 설계된다면, CBDC 기반 에이전틱 커머스의 선도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23화에서 이 가능성을 더 깊이 다룰 예정이다.
질문 3. 현행 법률이 “에이전트의 결제”를 인정하는가?
10화에서 정리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을 규율하지만, “AI가 대리 결제하는 행위”의 법적 지위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이용자의 지시”가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판단을 포함하는지, 에이전트의 오류로 발생한 결제 분쟁의 책임 소재는 어디인지 —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로 평가된다.
일반 독자를 위한 관찰 노트
금융IT 20년차의 시각에서 정리하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것은 “언젠가”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흐름이다. ChatGPT 쇼핑 기능을 한 번이라도 써본 독자라면, “검색은 AI가 했지만 결제는 내가 직접”이라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그 마지막 한 걸음 — 결제 — 까지 연결하는 것일 뿐이다.
둘째,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이 흐름의 속도를 결정한다. 에이전트의 AI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결제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똑똑한 검색봇”에 머문다. 18화에서 본 GENIUS Act가 스테이블코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곧 에이전트에게 “쓸 수 있는 돈”을 허락한 것과 같다.
셋째, 개인이 지금 준비할 것은 “AI에게 얼마까지 맡길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보편화되면, 우리는 AI에게 결제 권한의 범위(한도, 카테고리, 승인 방식)를 설정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가계부 관리”와는 다른 차원의 재무 리터러시를 요구할 수 있다.
한 줄 정리
에이전틱 커머스 =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상거래. 이 흐름이 스테이블코인을 “기계의 화폐”로 격상시키고 있다.
내일은 이 에이전트가 HTTP 요청 한 번으로 결제를 완결하는 프로토콜, x402를 다룬다. “인터넷 초기에 설계됐지만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HTTP 상태 코드 402″가 어떻게 에이전틱 커머스의 결제 표준으로 부활하고 있는지 — 21화에서 만나자.
디스클레이머
본 글은 공개된 보도·자료만을 바탕으로 한 일반 독자용 분석이며, 어떤 기관의 내부 정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본 글의 내용은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 가상자산·토큰증권·금융상품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 판단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투자권유대행인·세무사·변호사 등)와의 상담을 거쳐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는 Leonardo AI 로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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